MLB/분석 글
시카고 컵스의 질주와 미래
오정주
2016. 8. 13. 01:53
시카고 컵스는 1907, 1908년에 월드 시리즈 우승(총 2회)을 하였는데, 마지막 우승 이후 일어난 일은 다음과 같다.
- 리글리 필드 장내 아나운서 해리 캐리가 태어났다가 죽음.
- 내셔널리그 및 아메리칸리그가 모두 100주년을 맞고, 메이저리그에는 14개의 팀이 더 만들어짐.
- 라디오 및 TV가 발명되어 컵스 팬들은 팀이 지는걸 미디어를 통해 알게됨.
- 소련이 건국되고 붕괴함.
- 헬리 혜성이 두번이나 지구를 지나감.
우승을 너무 못해서 그런지, ‘염소의 저주’라는 말도 생겨났다.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에서 월드 시리즈 4차전 날, 빌리 시아니스라는 관중이 경기장에 염소를 데리고 왔는데 이를 구단 측에서 제재하자 저주를 퍼붓는다.
“리글리 필드에 염소를 출입시키지 않는 한, 우승하지 못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염소의 저주대로 컵스는 2015년까지 우승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시카고 컵스는 전과 다르다. 1907년에 기록한 18승 4패 이후, 전반기에서 가장 좋은 출발을 보였다. 그리고 8월 12일 컵스는 30개 구단 중 후반기 승률 1위에 랭크되어 있고 8월에 무패의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10연승). 이번 글은 돌풍을 일으키는 시카고 컵스가 강해진 계기들에 대하여 정리하고자 한다.
A. 테오 엡스타인의 부임과 리빌딩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의 저주를 깬 엘리트 GM 테오 엡스타인이 2011년 10월 11일, 5년 $18.5M의 계약으로 시카고 컵스 사장으로 부임했다. 2010, 2011년 모두 5위를 기록한 시카고 컵스는 매우 안좋은 팀 상황을 가지고 있었다. 카를로스 잠브라노, 알폰소 소리아노 등의 전성기가 지난 선수 및 자기관리가 게을렀던 선수들이 주 원인. 테오 엡스타인이 처음 해야할 일들은 이를 처리하는 문제였다.
잠브라노는 팀원들간의 불화를 일으키는데 1등 공신으로 알려진 선수였다. 게다가 그가 받아가는 급여(5년 $91.5M의 계약)도 적지 않은 금액이었고, 항의로 인한 퇴장 후 음료수 자판기를 부신다던가의 기행등을 서슴없이 저질렀기 때문에 컵스 팬들로서는 암적인 존재였다. 테오 엡스타인이 컵스에 부임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잠브라노를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잠브라노 및 연봉 보조 <-> 볼스태드) 시킨 일이었다. 비록, 거액의 연봉 보조를 담당하게 되었지만 컵스 팬들의 환호를 받을만한 일이었다. 뒤이어, 알폰소 소리아노의 행보를 처리하는 일도 할 수 있었다.
알폰소 소리아노는 텍사스 레인저스 존 대니얼스가 이안 킨슬러를 2루수로 올리기 위해 트레이드 시킨 인물이었다. 애초에 ‘돌 글러브’라는 단점이 따라 다녔다. 텍사스에서 워싱턴으로, 워싱턴에서 나이 30살에 시카고 컵스와 8년 1억 3천300만 달러의 계약을 하였다. 컵스에서 부진의 늪에 빠졌기 때문에, 그를 트레이드 시키기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2012년 반짝 활약으로 그를 뉴욕 양키스로 보내는데 성공한다.
B. 시카고 컵스의 코치진
시카고 컵스의 선수 분석 능력이 빛을 발한 것 같다. 부진에 빠진 선수를 최고의 선수로 바꾸는 일도 컵스는 해냈다.
제이크 아리에타는 2007년 볼티모어에 드래프트 5라운드에 입단해, 2011년 10승 8패 ERA 5.05을 올렸다. 이후, 2012년 3승 9패 ERA 6.20으로 부진했다. 그리고, 컵스로 트레이드 되었는데 첫 해 5승 4패 ERA 4.78로 부진하였다. 그러나, 2014년 10승 5패 및 2.53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후반기 평균 자책점은 0.75였고, 20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자랑했다. 2015년 와일드카드 전에는, 피츠버그를 무너뜨리는데 선봉장(무사사구 완봉승)이었다. 제이크 아리에타가 현재 사이영상 경쟁을 하는 최고의 투수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볼티모어 코치와 시카고 컵스 코치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아리에타의 인터뷰 인용은 다음과 같다.
“볼티모어에서, 투수 코치와의 언쟁이 많았다. 매번 교정 작업의 연속이었다. 크리스 틸먼, 작 브리튼 등이 자신들이 던졌던 것과 다른 형태로 던지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힘든일이었다"
그가 시카고 컵스로 이적하게 되자, 컵스의 투수코치 크리스 보시오는 선수 시절 자신과 동일한 투구폼을 가진 아리에타에게 개성적인 투구폼을 허락했다. “내가 겪은 일인데, 왜 그렇게 던졌냐”의 반응이었다. 그리고, 컷 패스트볼의 봉인이 풀리고 아리에타는 자신만의 투구폼을 완성시켜 2013년의 약간의 반등을 보인 것이었다. 그리고, 2014년 각성이 된 훌륭한 투수가 되었다.
그리고 앤서니 리조 역시 코치진의 도움을 받은 선수이다. 2013년, 좌투수 상대로 1할 타율로 고전했다. 그는 2014년에 배트 잡는 방법 및 타석 위치 조정을 통해 약점을 극복하였는데, 이 역시 본인의 노력 및 코치진의 작품이다. CSN Chicago에 따르면, 그는 코치진으로부터 분석 및 통계 수치 자료를 받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에릭 힌스키를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휴식기 중, 다른 선수들을 찾아가 개인적인 분석을 하였는데 컵스 코치진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는 불가능 했다. 엡스타인은 리조의 부진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He’s a human being,” Epstein said. “There’s always been things that weren’t perfect that we figured would evolve as he grew older and go one direction or another.
"그도 사람이에요"
우리는 그 부족한 부분에 대해 밝혀내고, 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하도록 도와줄 겁니다"
그렇게 앤서니 리조는 현재 컵스 타선의 중심이 되었다.
C. 최고의 FA 계약
조 매든
시카고 컵스가 리빌딩과 더불어 해결해야할 문제가 바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성적을 박살내는 일이었다. 세인트루이스 역시 유망주를 잘 모으고 자체 생산된 훌륭한 선수들로 리그를 이끌어가는 팀. 2015년 시즌 종료와 함께, 시카고 컵스는 세인트루이스로부터 FA가 되는 두 선수를 영입하게 된다. 바로, 제이슨 헤이워드와 베테랑 투수 존 래키이다. 이 둘을 영입하는 것은 2015년의 카디널스 성적(100승 62패)에서 약 10승 가량을 빼가는 것이랑 다름없었다. 각 선수의 fWAR이 6.0, 3.6으로, 둘이 도합 9.6승을 세인트루이스에 가져다 주었기 때문. 단순하게, 작년 기준에서 시카고 컵스는 10승을 가져가고 세인트루이스는 10승이 줄어드는 셈이 된다. 또한, 내야진에 멀티 플레이어인 벤 조브리스트를 영입해 컵스 내야진의 순위를 상위권으로 랭크시켰다.
사실, 시카고 컵스의 영입으로 인해 팀내에서의 좋아진 점은 신구조화이다. 시카고 컵스는 팀 내에 뽑은 어린 선수들이 많았다. 크리스 브라이언트(92년생), 에디슨 러셀(94년생), 앤서니 리조(89년생), 카일 슈와버(93년생) 등 팀 내 주전 선수들의 연령이 어리다는 점이 있다. 이들을 이끌 우승 경험이 많은 선수가 필요한데, 2015년 FA 영입작 존 레스터를 포함해 존 래키 및 벤 조브리스트는 이들을 이끌기에 충분한 선수들이라는 평이다. 그리고 이들을 잘 지탱해주는 최고의 명감독 조 매든이 있기에 지금의 성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D. 시카고 컵스의 향후
컵스의 미래
사실, 시카고 컵스는 올해 우승을 못해도 미래에도 여전히 강팀으로 불릴 가능성이 크다. 2006년부터 본격적인 프리드먼의 경영 아래 있던 템파베이 레이스는 전형적인 스몰마켓 구단이(2008년, 총 연봉 4200만불)었기 때문에 선수들의 계약기간이 끝날 때 그들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유망주들의 계약기간을 오래 늘려놓는 것 뿐이었다. 그들의 대표적인 계약은 다음과 같다.
벤 조브리스트 : 4 Years / $18M(2010-2013)
제임스 쉴드 : 4 Years / $11.25M(2008-2011)
에반 롱고리아 : 6 Years / $17.5M(2008-2013)
크리스 아처 : 6 Years / $25.5M(2014-2019)
하지만, 컵스는 다르다. 그들은 막대한 자본력으로 고액 연봉의 선수들을 쉽게 데려올 수 있다. 그들의 슈퍼 유망주들인 크리스 브라이언트, 에디슨 러셀, 카일 슈와버 등이 앞으로 계약이 끝나더라도 쉽게 잡을 수 있을 뿐더러 이는 오랫동안 월드시리즈 컨텐더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그들은 야구 부분에서 시카고 지역 전체를 대표하는 팀으로 알려져 있다. 화이트삭스보다 컵스의 역사와 연고지 팬들의 사랑이 더 충성심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올해 시카고 컵스가 우승한다면 그 감회는 색다를 것이다. 과연 염소의 저주는 깨질 것인가.